AI가 비춰 준 나의 일과 하루: 14,051번의 대화로 본 작업 리듬

11개월 동안 Claude에게 건넨 14,051번의 말과 협업 기록을 Claude에게 다시 읽혔다. 거기에는 새벽 한 시에 가장 바쁜 사람, 창을 일곱 개까지 열어 두는 사람,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규칙을 새로 쓰는 사람이 있었다. 숫자는 무엇을 했는지는 말해 주지만 왜 그랬는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무엇을 바꾸기로 했는지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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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7일

키워드

AI collaboration, Claude Code, work rhythm, self-monitoring

AI가 비춰 준 나의 일과 하루: 14,051번의 대화로 본 작업 리듬

거울을 하나 더 세우다

나는 몇 해 전부터 나에 대한 평가를 따로 모아 두고 있다. 칭찬을 모으려는 게 아니라 거울로 쓰려는 것이다. 규칙은 단순하다. 듣기 좋은 말은 적지 않는다. 인상 대신 숫자와 인용으로 쓴다. 약점은 쓰기 불편해도 반드시 쓴다.

이번에는 그 거울을 AI에게 맡겨 보았다. 요즘 내 하루의 상당 부분은 Claude와의 대화로 흘러간다. 연구 절차를 돕는 앱을 만들고, 논문 자료와 아카이브를 정리하고, 여러 대의 컴퓨터 환경을 맞추는 일까지 대부분 이 대화창에서 일어난다. 그렇다면 그 대화 기록이 나에 대해 가장 정직한 일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부탁했다. “세션 기록과 사용량, 협업 로그를 종합해서 내 작업 스타일과 생활 스타일을 분석해 줘.”

11개월, 14,051번의 말

Claude가 읽은 자료는 이랬다. 2025년 11월부터 오늘까지 내가 직접 입력한 말 14,051건, 최근 두 달간의 세션 기록 4,281개, 작업 문서에 내가 남긴 응답 1,278칸, 그리고 세션이 끝날 때마다 다음 세션을 위해 남겨 둔 재개 메모 157개다.

가장 먼저 눈에 띈 숫자는 속도였다. 10월 첫 일주일 동안 나는 하루 평균 323번 Claude에게 말을 걸었다. 9월보다 세 배쯤 많다. 최근 30일 가운데 28일 동안 활동했고, 오늘로 18일째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대화가 이어진 시간을 묶어 보면 하루 중앙값이 7.9시간이었고, 12시간을 넘긴 날도 열흘이었다.

작업 결과도 같은 속도로 쌓였다. 연구 절차 관리 앱은 열흘 사이에 버전 2.9에서 2.104까지 올라갔다. 9월 이후 다섯 개 저장소에 쌓인 커밋은 875개였다.

새벽 한 시의 사람

시간대별 그래프를 보고는 조금 웃었다. 내가 가장 많이 말을 건 시각은 새벽 1시였다. 최근 30일 동안 나눈 대화의 33%가 자정부터 새벽 5시 사이에 있었고, 아침 7시에서 10시 사이는 4%에 그쳤다. 11개월 전체로 넓혀 봐도 비율은 거의 같았다. 최근에만 생긴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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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
23 █████████████████

주말도 따로 없었다. 요일별로 나눠 보니 일요일이 월요일과 화요일 다음으로 바빴다. 새벽 4~6시를 지나는 가장 긴 공백을 하루의 쉼으로 보면 그 중앙값은 8.7시간이었다. 다만 30일 가운데 11일은 그 공백이 6시간이 안 됐고, 사흘은 그 시간대에도 대화가 끊기지 않았다.

Claude는 여기에 단서를 분명히 달았다. 대화가 없는 시간이 곧 쉬는 시간이나 자는 시간은 아니다. 낮의 긴 공백은 강의나 회의일 수 있고, 다른 컴퓨터에서 한 일은 이 기록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프는 내가 Claude와 언제 이야기했는지를 보여 줄 뿐, 내가 언제 살았는지를 보여 주지는 않는다.

일곱 개의 창

두 번째로 눈에 띈 것은 동시성이었다. 최근 30일 동안 활동한 시간의 절반은 대화창이 두 개 이상 열려 있었고, 많을 때는 일곱 개였다. 하루에 오간 작업 흐름도 많았다. 어느 날은 블로그, 참고문헌 라이브러리, 자료 보관소, 기기 동기화, 강의 관리 앱, 데이터 도구까지 여섯 갈래였다.

병렬로 일하면 빠르다. 하지만 비용도 기록에 남아 있었다. 두 세션이 같은 저장소를 동시에 고친 일이 있었고, 스크립트가 파일을 옮기는 동안 내가 Finder에서 폴더를 움직인 일도 있었다. 둘 다 결국 새 규칙으로 이어졌다.

“하드코딩해”

그 ’새 규칙’이 이 보고서에서 가장 나다운 대목이었다. 나는 Claude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Claude의 설정 문서에 규칙으로 박아 넣는다. 그때 내가 쓰는 말이 “하드코딩해”다. 이 단어는 기록에 34번 나왔다.

규칙이 생긴 날짜를 세어 보니 3월에 5개, 4월에 1개, 7월에 4개였다. 그런데 9월에는 34개, 10월 첫 주에는 17개가 생겼다. 최근 16일만 보면 하루에 3개꼴이다. 규칙마다 만든 날짜와 그때 내가 한 말이 근거로 붙어 있다. 이를테면 이런 말들이다.

  • “그니까 하나씩 나한테 확인하면서 가자고.”
  • “가끔 넌 앱의 흐름이나 프로그램 흐름만 생각해. 사람의 개입에서 사람의 흐름과 상호작용도 같이 고민해.”
  • “기획하기 전에 나랑 충분히 토의한 뒤에 제안.”
  • “사용자(나)의 결정이 최우선.”

이 말들을 모아 보니 내가 AI에게 반복해서 요구하는 것은 결국 하나였다. 사람의 순서를 지키라는 것이다. 연구자의 판단이 AI의 출력보다 먼저 오고, 버튼은 내가 누르고, 결정은 내가 한다.

하지만 거울은 반대편도 보여 주었다. 규칙이 쌓이는 속도가 정리되는 속도보다 빨랐고, 서로 부딪히는 규칙도 생겼다. “95% 확신할 때까지 계속 질문하라”는 규칙 옆에 “폴더만 주면 알아서 만들고 운영하라”는 규칙이 있다. “하나씩 확인하며 가라”는 규칙 옆에 “보고하고 승인 없이 일괄 구현부터 하라”는 규칙이 있다. 각각 그 순간에는 옳았다. 다만 함께 놓이면 Claude도 나도 헷갈린다.

짧은 말들

내 말은 짧았다. 입력 길이의 중앙값은 27자였고, 열 번 중 한 번은 다섯 글자를 넘지 않았다. 자주 쓴 짧은 말은 “현황보고”, “진행”, “오케이”, 그리고 “뭐하냐”였다.

진행 상황을 묻는 말만 200번 가까이 됐다. 그래서 9월에는 단계마다 진행률을 보여 달라는 규칙을, 오늘은 걸린 시간과 예상 완료 시각까지 알려 달라는 규칙을 만들었다. 묻는 횟수가 많았다는 건 그만큼 진행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정은 빨랐다. 작업 문서에 남긴 응답 1,278칸 가운데 절반 이상은 채팅창에 뜬 선택지에서 바로 골랐다. 세 개 중 하나는 “진행”, “승인”, “확인” 같은 짧은 승인이었다. 보류하거나 고치라고 한 경우는 3%뿐이었다. “G1부터 G16까지 전부”처럼 한꺼번에 승인한 경우도 흔했다.

도구를 만드는 시간, 글을 쓰는 시간

가장 오래 들여다본 숫자는 이것이었다. 재개 메모 157개를 작업 종류로 나누면 앱 개발이 56%, 자료 정리가 18%, 시스템과 환경 작업이 15%였다. 연구 원고는 11%였다.

변명할 거리는 있다. 내가 만들고 있는 앱은 연구 절차 자체를 담는 도구이고, 그 앱은 실제 연구 프로젝트를 가상 시나리오로 돌려 가며 만들어진다. 그러니 앱 개발과 연구의 경계가 깔끔하게 나뉘지는 않는다. 그래도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가 7월 25개에서 지금 38개로 늘었다는 사실은 그대로다. 같은 기간 완료된 프로젝트가 0개에서 4개로 늘어난 것은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들어오는 문이 나가는 문보다 넓다.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

이번 분석에서 Claude는 의도적으로 하지 않은 일이 하나 있다. 숫자를 보고 내 성격을 진단하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몇 달 전 같은 방식의 평가에서, 시작한 일은 많은데 끝낸 일은 없다는 숫자를 보고 “시작하는 에너지가 끝내는 에너지보다 크다”는 진단이 나온 적이 있다. 틀린 진단이었다. 그 숫자 뒤에는 파일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 사정이 있었다. 끝내지 않은 게 아니라 끝낼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그 뒤로 규칙을 하나 만들었다. 숫자는 무엇을 했는지만 말한다. 왜 그랬는지는 본인에게 물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 보고서는 해석 대신 질문으로 끝났다. 새벽 작업은 내가 고른 조용한 시간인가, 아니면 강의와 회의가 끝나고 남는 시간인가? 3~4월과 9~10월에 몰렸다가 여름에 잦아드는 리듬은 학기 일정과 겹치는가? 도구를 먼저 끝내고 연구로 넘어간다는 계획이라면, 넘어가는 시점은 정해져 있는가?

아직 답하지 않았다. 몇 가지는 바로 답할 수 있지만, 몇 가지는 정직하게 답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래서 무엇을 바꾸기로 했나

보고서 끝에는 제안이 여섯 개 있었다. 나는 그중 셋은 바로 하기로 했고, 둘은 생각해 보기로 했고, 하나는 도구로 만들기로 했다.

제안 내 결정
규칙 정리일: 새 규칙은 한 주 동안 메모로만 두고, 주말에 한꺼번에 정리하며 부딪히는 규칙을 합친다 진행
새벽 2시 이후에는 새 작업 흐름을 열지 않는다. 이미 연 것만 마무리하거나 밤사이 자동 작업으로 넘긴다 진행
동시에 여는 대화창은 세 개까지. 넘으면 저장하고 닫는다 진행
일주일에 두 번, 원고만 쓰는 시간을 정해 둔다 고려해 보겠음
주간 사용량을 하루 목표와 비교해 보여 준다 고려해 보겠음
이번 분석을 도구로 만들어 매달 같은 표를 다시 뽑는다 도구화

원고 시간을 정해 두자는 제안을 “고려”에 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가장 필요한 제안일수록 가장 미루고 싶어지는 법이니까. 그래도 거짓으로 “진행”이라고 적지는 않았다. 다음 거울에서 확인하면 된다.

다음 거울

AI가 써 준 보고서의 마지막 줄은 이랬다.

산출과 기록은 매우 강하고, 시간은 밤과 도구 쪽으로 기울어 있다. 다음 평가의 시험대는 규칙이 줄었는가, 밤이 짧아졌는가, 원고가 나갔는가이다.

한 달 뒤 같은 표를 다시 뽑아 볼 생각이다.

지표 지금 다음 목표
하루 규칙 생성 약 3.2개 1개 이하
자정~새벽 5시 대화 비중 33% 20% 이하
6시간 미만 공백인 밤 (30일) 11일 4일 이하
대화창 두 개 이상 열린 시간 50% 30% 이하
연구 원고 비중 11% 25% 이상
완료된 프로젝트 4개 5개 이상

AI와 일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가 기록으로 남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기록을 다시 AI에게 읽히는 일은 생각보다 덜 불편했고, 생각보다 더 정확했다. 숫자는 이유를 말해 주지 않는다. 그래도 내가 어디에 시간을 쓰고 있는지는 숨김없이 보여 준다. 이 글은 그 거울 앞에 한 번 서 본 기록이다.


이 글의 숫자는 한 대의 컴퓨터에 남은 Claude Code 기록(2025-11 ~ 2026-10)을 Claude가 집계한 결과다. 다른 기기에서 한 작업은 포함되지 않았고, 시간대 보정에는 최대 1시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